현대 문화와 사회 구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해오고 있는 셀린 박(Céline Park)작가의 « L’objet + astral - The Object Right »전시회가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3월 20일 개막되어 5월 20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 전시에는 작가의 퍼포먼스와 영상 작품을 새롭게 제작한 창작물을 포함한 영상 설치작품 4점, 기계설치 3점, 관련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6점, 관련 의상 및 소품이 소개되고 있다.
3월 20일, 전시 개막행사에서는 기획자, 작가 그리고 영화 출연진과 함께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를 갖기도 했다.
이번 전시의 테마는 <오브제의 권리>,<오브제의 결혼>,<오브제와의 매처> 이다.
사물 (l’objet)이 가진 물질성과 인간이 가진 정신이 교류-비교류 하는 과정을 주제로 하고 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물기호증을 이야기한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인 사물기호증은 특정 사물을 좋아하다 못해 사랑에 빠지는 행위를 말한다. 예를 들어 몇년 전에 에펠탑과 결혼식을 올리고 작년 (2018년)에 이혼을 해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여성이 있었는데, 이러한 특징을 가진 사람을 사물기호증에 걸렸다고 한다.
이외에도 자동차와 결혼한 남성, 놀이기구와 사랑에 빠진 학생 등 사물과 사랑에 빠진 사람들이 전 세계에 드물게 존재한다.
이 사람들은 어쩌다 감정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는 사물들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그 이유에 대해 대부분의 학자들은 사물기호증이 정신적 질병이며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물기호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사회적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고, 행동이나 관심 분야, 활동 분야가 한정되어 있는 ‘아스퍼거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개 과거에 수동적으로 끌려 다녔던 상처로 인해 생겨난 트라우마 때문에 자신이 관계를 주도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사물을 사랑한다는 것이다.
셀린 박은 이런 현대사회적인 문제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소통과 교류가 없는 일방적인 '사랑'은 인간의 이기심이 낳은 결과물이라고 설명한다. 때문에 그는 인간의 관점이 아닌 사물의 입장을 작품을 통해 대변하고자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사물과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만들어진다면, 과연 사물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인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나 아이디어는 무척이나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였지만, 전시 공간의 협소함이나 기획력에서 조금 아쉬움이 남는 전시였다. 다소 생소한 주제인 만큼 작품에 대한 설명이 관람객들에게 충분히 전해졌다면 훨씬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젊은 유망 작가 셀린 박이 한 단계 더 도약하고, 프랑스 및 유럽 화단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 일 시 : 3월 20일(수) ~ 5월 20일(월)
▶ 개막식 : 3월 20일(수) 18시
전시 관련 컨퍼런스 진행 19시~ 20시
▶ 장 소 : 주프랑스한국문화원 (2 avenue d’Iena, 75116 Paris)
【프랑스(파리)=한위클리】 이루빈 인턴기자